왜 이를 닦고 나면 귤같은 과일은 쓴 맛이 날까?


누구나 한번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닦고 나와서 과일을 한입 베어물고는 본래의 맛이 아닌 씁쓸한 맛을 느꼈던 경험말이다.

그럼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마 대부분의 치약이 가진 민트향 또는 상쾌한 느낌을 주는 그런 향들때문에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SLS라고 불리는 sodium lauryl sulfate(이하 SLS)와  sodium lauryl ether sulfate(SLES)라는 계면 활성제이다. 

왜 이런 물질이 치약에 필요한 걸까? 


계면활성제는 일종의 세제와 같은 효과를 나타낸기 때문이다 치약으로 이를 닦으면 하얗게 거품이 일어나고 입안에서 고루고루 퍼지도록 도와준다. 세척효과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거품이 일게 함으로서 소비자는 '아 내가 지금 이를 닦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하고, 치약 제조사는 이런 느낌을 노리는 면이 있다.

청량감을 주는 민트향도 이런 느낌을 주는 일환으로 작용한다.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는 오랄비의 브랜드관리자의 말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면 그게 뭔가 눈에보이는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우린 치약을 블루베리향이건 녹차향이건 어떤 향이든 만들 수 있다. 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간 따끔거리면서 개운한 치약느낌만 나면 사람들은 깨끗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따끔거리는 느낌은 치약의 효과랑은 별로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 따끔거림이 사람들에게 칫솔질을 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흥미롭게도 실제 세척효과와는 큰 상관없이 같은 마케팅적 이유로 샴푸에도 SLS가 첨가된다. 사람들이 거품이 잘 일어나는 샴푸가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다시 맛 이야기로 돌아오자. SLS는 여러분의 미뢰에서 단맛 수용체 부분과 반응하여 둔감해지게 하고 이로서 단맛을 덜 느끼게 한다. 또한 SLS는 입안에 있던 인지질을 파괴하는데, 이 인지질이란 물질은 SLS가 단맛에 둔감하게 하듯이 쓴맛에 둔감하게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쓴맛에 둔감하게 하는 인지질은 파괴되어 쓴맛이 더 느껴지는 상황에서 단맛에는 둔감해지는 증폭작용이 일어나 더욱더 쓰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렌지주스같은것을 마시면 강한 단맛속에 숨겨있던 쓴맛이 완전히 다르게 쓰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이유로든 아침을 먹기전에 이를 닦는 습관을 갖고 있다면, 이 SLS나 SLES가 들어 있지 않은 치약을 찾아서 이용하면 된다. 음식 솜씨만 나쁘지 않다면(^^) 이를 닦고 나서 아침밥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