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1


21세기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에 있어서의 화공기술사의 기대와 역할

A proposal for role and mission of chemical engineering professional engineer in plant engineering industry in the 21st century



                                         

                                                                                        Char, Soon Chul

                                             

                                                         화학장치설비,화학공장설계 설비‧가스기술사

                                                          SK건설 부장

 

1997년 말에 IMF 외환 위기를 맞이한 이후 우리 나라의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현재까지의 사업 실적을 재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적절한 대응책 및 해결 방안을 검토해야 할 충분한 시기가 도래하였다. 즉, E(Engineering), P(Procurement), C(Construction)를 주축으로 하는 EPC 턴키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하기 위하여 기본 설계의 구축 및 강화, Engineering Management(EM), Project Management(PM), Project Procurement Management(PPM), Construction Management(CM)의 질적인 향상 및 강화에 적극 대처함과 아울러 현재까지 수행한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미래의 사업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1961년의 한국경제개발5개년계획을 그 기점으로 하여  1973년에 기술용역육성법이 제정됨으로써 본격화되었다.  1970년대 초, 우리 나라에 플랜트엔지니어링 회사가 설립되어 상세 설계를 시작하였고, 약 20여 년만에 프로젝트 계약 금액 십억 불 이상의 규모를 EPC 턴키로 수행하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20여 년 동안 사업 규모는 수십 배로 증가하였고, 이러한 급성장 속에서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해외로 진출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이스라엘,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이집트, 아프리카, 미국, 일본,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상당한 실적을 쌓아 왔다.


     

우리 나라가 이룩한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실적은 매우 획기적이며, 또한 이렇게 단기간 동안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너무 성장 자체에 급급한 나머지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 특유의 취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즉,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대한 땀과 노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수행이 결과적으로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이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일 뿐더러, 더 나아가서는 회사 존립 문제의 심각성에까지 이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플랜트엔지니어링 사가 프로젝트 수행 손실로 인하여 그 규모가 축소되거나 타 회사로 합병되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약 30년에 이르는 우리 나라의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현재까지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이 오랜 기간 주도하여 왔으나, 이제는 중국, 인도 등도 이 분야에 활발히 진출함에 따라 더욱 더 수익률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능률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플랜트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비단 회사 뿐 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경제 발전에도 매우 가치 있는 일임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대내외적으로 복잡하고도 경쟁적인 환경 하에서, 우리 나라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화공기술사들은 어떠한 자세로,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수행하여야 할 것인가?


     

화공엔지니어링이 비 화공엔지니어링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점은 화학 공정이 온도, 압력, 물성에 따라 수시로 분리 공정에 따른 상(phase)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있다.

물질의 기체, 액체, 고체의 상(phase)은 상 평형(phase equilibrium)을 이루다가도 유체가 펌프나 컴프레서에 의해 이송되기도 하고, 때로는 발열 반응(exothermic reaction)과 흡열 반응(endothermic reaction)을 하며, 전도(conduction) , 대류(convection), 복사(radiation)와 같은 열 전달(heat transfer)을 하고, 증류(distillation), 흡수(absorption), 흡착(adsorption), 탈수(dehydration), 분리(separation), 건조(drying), 습도(humidification) 등과 같은 물질 전달(mass transfer)에 의해 제품을 생산해 낸다.


     

화학 플랜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인화성, 발화성, 폭발성, 부식성, 유독성, 산화성 화학 물질을 원료, 중간체, 첨가제, 용제 및 생산품의 형태로 사용, 취급, 저장하고 있으며, 그 보유량이 방대하고, 물질들은 고온, 고압에서 기체나 증기 상태로 존재하거나 상 변화를 일으키며, 공정 시스템 또한 매우 복잡하고 추상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화학 공정 설계 및 합성의 목적은 투자에 대해 적절한 경제적 이윤을 취하고 이를 위해 제품의 성능 보증(performance guarantee)을 만족시키며,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운전하면서 제품을 생산해 내는 데 있다. 공정은 원료의 특성, 수율, 제품의 사양, 경제적인 외부 조건, 안전성, 신뢰성, 공정 자체의 변화 등 불확실한 요소들에 대하여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울산, 여천, 대산 석유화학공단을 비롯한 전국에 있는 대규모 화학 플랜트들의 대부분이 화학공정엔지니어들의 공정 설계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 중에 순수한 국산 기술의 기본 설계로 지어진 플랜트는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다. 화학공정설계가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첫 번쨰로 화공기술사는 화공기술사를 취득하였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fundamental)에 충실하고 이를 더욱 정진하여야 한다.  기본이란 다름아니라 화공열역학, 단위조작, 반응공학, 공정제어, 이동현상, 분리공정 등의 과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설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플랜트엔지니어링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공학적인 지식 외에도 설계의 기준, 표준 혹은 practice 및 code & standard에 정통해야 한다. 국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소방법, 환경 관련 법규와 그들의 기술기준 및 KOSHA Code에 정통해야 하며, 해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API Code, NFPA Code, IRI 및 각종 엔지니어링 standard 및 practice를 이해하고 소화하며 이를 설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은 화학 공정 설계를 하던 또는 Engineering Management, Project Management 분야에 종사하던지 간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임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정 설계의 주 생산품인 P&ID는 상기 사항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이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공정 설계의 성과품, 예를 들면 P&ID에 담겨 있는 각종 화학 장치 설비나 부대 시설의 정의, 개념, 목적, 기능, 대안을 궤 뚫고 있어야 한다.  그 예로, NFPA 30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화성 액체(Flammable Liquid)와 가연성 액체(Combustible Liquid)는 100℉(37.8℃)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그 설계 기준이 다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90℉나 110℉가 아니라 100℉인 지를 이해하고 이를 설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100℉(37.8℃)란 주위대기온도(ambient temperature)를 열대 지방까지 고려한 최대의 주위대기온도 임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공정모사(process simulation)를 비롯하여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각종 모사를 수행할 경우에 손으로 계산하여 풀 수 있도록 이론적 기반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simulation program이 정확한 답을 제공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실무 프로젝트에 종사하면서 꾸준히 그리고 확실하게 모국어인 한국어와 함께 실무 영어를 비롯한 해당 외국어 실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 굳이 실무 영어를 강조하는 이유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무 영어는 TOEIC이나 TOEFL 성적과는 또 다른 practice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상황이나 경우마다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의 선정이 별도로 요구됨을 체험해 왔으며 실무 영어에서 동의어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중남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라면 서반아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 엔지니어라면 약 1년간의 study를 통하여 서반아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서반아어는 그 구조상 영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언어의 습득이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문서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서화란 주 생산품인 P&ID를 비롯하여 data sheet, calculation, 각종 report, analysis, summary, clarification, letter 등에 대하여 기본 개념을 가지고 일관적, 논리적으로 이를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매우 꼼꼼하고 면밀하게 작업을 수행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섯 번째는 화공기술사가 사업관리 직무 수행을 하는 경우에는 물론이고 공정 설계를 수행할지라도 플랜트엔지니어링의 cost 개념을 가지고 설계에 임해야 한다. 즉, 동일한 성능(performance)을 유지하면서 cost를 낮출 수 있도록 꾸준히 대비 능력과 대안 능력을 키워가야 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화공기술사가 오직 한가지 분야에만 치중하는 것보다는 다기능, 다분야의 업무 수행 경력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2~3가지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플랜트엔지니어링은 사업관리를 비롯하여 공정, 기계, 배관, 전기, 계측제어, 토목, 건축, 환경, 소방, 재료금속, 소음, 진동, 폐기물, safety, HVAC, 구매, 시공, 영업, 검사, QA, IT(Information Technology) 등 여러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의 종합적인 작품이라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적어도 2~3가지의 성과품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각고의 프로 정신과 매진이 요구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 전략, 경영 방침 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구성원 각자의 전략이나 사고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자신의 경력에 상응하는 선진 해외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의 엔지니어들보다 항상 우수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일곱 번째는 해외 및 국내에서 출간하는 각종 저널을 읽고 소화하여 이를 설계에 혹은 사업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업무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설계나 사업 관리, 시공 등의 오류로 인한 교훈을 직접 혹은 간접 경험으로 체득하여 이를 실행 프로젝트에 반영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여덟 번째는 공정 엔지니어는 사업관리 직무 뿐 만 아니라 자신이 설계한 플랜트의 commissioning & startup operation에 참여함으로써 현장 경험을 쌓고 이를 다시 엔지니어링에 피드백하여 더 우수한 성과품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공정 모사(process simulation)에서의 데이터와 실제 프로세스 플랜트의 performance test data를 비교 분석하여 차기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홉 번째는 산, 학, 연, 관의 보다 공고한 협조 체제의 구축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산업체에서는 학교나 연구소에서 무엇을 추진하고 연구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고, 학교나 연구소에서도 산업체의 성과품이나 실제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상업적, 유기적으로 좀 더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는 상호 간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마지막 열 번째는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는 추세에 있고,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 하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현업 위주의 좁은 시야에서 화공기술사의 열 가지 정도의 기대와 역할에 대하여 제안하였으나, 이외에도 human-interaction, 프리젠테이션 능력, 리더십, 통찰력, coordination & communication, flexibility, 회사 내의 조직, 경영 전략, 경영 방침, 영업 전략 등에 대하여는 필자의 경력이나 연륜이 크게 미치지 못하여 감히 언급하지 않았음을 밝혀 두고자 한다.

 

화공기술사는 타 업종의 전문직 혹은 타 기술사와는 달리 제도 이익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제도 이익의 획득을 누리기 위해 시도하지도 않고 있다. 오직 자기 분야의 성취를 위해 꾸준히 실력과 경력을 갈고 닦는 길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화공기술사들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 분야에서 수익률 제고, 국제 경쟁력 강화, 능률 및 효율 향상의 선두에 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 품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매진하자고 주창하는 바이다.